저와 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시거나 사회적인식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길 망설이는 분들이 읽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될 떄 마다 제가 겪은 증상, 약을 복용하면서 느낀 신체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려고 합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까지
2025년 우울증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터부시하거나 감추어야만 하는 병이 아니다.
나는 올해로 3년째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직장에서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나는 겸직을 하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한참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어느 날 갑자기 부서 내 동료가 코로나에 걸려서 출근을 하지 못해 3겸직을 하게 됐다. 매일 출근을 하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짜증이 났었다. 극단적인 생각을 매일 했고 이것에 대해서 친한 동료 만날 때마다 말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심상치 않게 여긴 한 동료가 직장 내 심리상담사에게 내 이야기를 했고, 나는 상담을 받게 되었다.
대면 상담에 앞서 MMPI-2 검사와 SCT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정상 범주에 속했다. 첫 대면 상담을 하고 상담사 선생님이 본인이 판단하기에는 우울증 같으니 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유를 했다. 다음날 퇴근 후 정신과의원을 찾아가서 간단한 자기설문과 HRV검사(자율신경계검사)를 받았다. 나는 ‘내가 무슨 우울증이야, 당연히 정상이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원장님이 “우울증이시네요”라고 하셨다.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진행된 우울증이라고 하셨다. 그때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몇 년 전 일을 할 때 한동안 너무 울적해서 의원을 갔고 잠시 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처음 간 의원의 원장님은 별말씀 없이 진정제만 처방해 주셔서 우울증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상태가 호전돼서 나는 임의로 복약을 중단했었다. 이때 일을 지금 다니는 의원의 원장님께 말하니, 그때부터 우울장애를 겪었을 것이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신체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미미해서 몰랐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신체적인 변화를 느낄 만큼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상을 0이라고 했을 때, 초기에는 기분이 –2 ~ -3 수준이라 느끼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10까지 내려와서 증상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HRV 검사 결과 설명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오랫동안 노출돼서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겼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수준이 된 것이다. 이건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때까지 약을 복용해야 되는 문제였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도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지금은 나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소용돌이가 쳐도 차분히 대처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아직 비정상적으로 몰아치는 소용돌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약은 꾸준히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