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한 달을 앞둔 학사 154기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4
5. 상비약 준비하기
장교대에는 진단서가 없으면 상비약을 반입할 수 없다. 그러니 본인이 감기를 달고 산다 또는 감기가 걱정된다면 내과에 방문해서 진단서를 받고 감기약을 들고 가자. 입영 관련해서 감기약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하면 원장님들이 잘 처방해서 주신다.
6. 정복은 꼭 한 치수 내지 두 치수 큰 사이즈로 맞추자
모두가 후보생 때 몸매가 원래 자기 몸매인 줄 알고 정복을 딱 맞게 맞추는데, 열에 아홉은 반년만 지나도 정복이 맞지 않는다. 진짜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입대 전 몸매로 돌아간다. 물론 나도 그랬다. 중위로 진급할 때 정복이 작아서 다른 간부의 정복을 빌려 입고 진급 신고를 했다. 임관하면 피복비가 지급돼서 정복을 새로 맞춰도 되지만 부대에 따라서 피복 측 신을 상시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
7. 무릎, 팔꿈치 보호대 꼭 준비하기
각개전투할 때 보호대 없으면 무릎, 팔꿈치 다 까진다.
8. 몸이 아프면 억지로 참지 말고 열외 해도 된다. 건강하게 임관하자
장기 복무를 희망해서 기훈단 성적이 좋아야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몸이 아플 때 억지로 참지 말고 열외 하자. 더 큰 부상이 생겨서 기수 유예 당하는 것보다는 빨리 임관하는 게 낫다.
대부분의 평가가 종합 평가이기 때문에 한 두번 열외 하는 걸로는 임관하는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점수 배점이 높은 평가만 잘 받아도 임관은 문제없다. * 과목별 배점은 훈련 과정 중에 알려준다
9. 본인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다른 길로 가자
남자라면 병사로 입대하고 여자라면 다른 진로를 찾아보자. 임관하기 전까지 이 길이 나랑 맞는지 생각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이것은 개인의 멘탈이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태생적으로 군대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여타 직업과 마찬가지로 군대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공군이 아무리 삼군 중에서 가장 선진화가 잘 되어있다 하지만 공군도 군대다. 그리고 병영문화가 나날이 개선되고 있지만 장교로 복무하면 병사로 복무하는 것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업무 강도는 장교가 가장 높다. 처·실·과장들은 전부 장교다. 장교한테 일을 시키는 게 편하다. 누구한테 시킬지 애매하면 장교한테 시킨다.
3년 내내 적응하지 못하고 부서 내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후배도 봤고, 일은 잘하지만 힘들어서 매일 울며 출근하는 후배도 봤다. 가끔은 까라면 까야 하는 곳이고 민간 사회 보다 불합리하게 보이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월급 받는데 누구는 꿀 보직에 앉아서 월급 루팡 생활하고 누구는 헬보직에 앉아서 매일 야근에 시달릴 수도 있다. 후보생 때는 임관하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았지만 막상 임관해 보면 기훈단 생활을 그리워하게 된다. 후보생 생활은 몸은 고달플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받는 일은 거의 없다. 갓 임관하면 몸은 편할지 몰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윗사람들은 내가 단기인지 장기인지 관심이 없다. 한 명의 장교로 보고 본인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길 요구한다.
10. 임관하고 1년만 참자. 소위 때는 누구나 힘들다.
임관하길 마음먹었다면 혹은 임관했다면 딱 1년만 참자. 1년간은 자기개발보다는 업무를 배우는데 충실하게 보내자. 대부분의 행정업무는 도돌이표다. 1년간 하는 일이 정해져 있어서 중위가 될 때쯤이면 모든 업무를 다 파악할 수 있고 남은 기간은 했던 일을 반복하면서 보내게 된다. 자기개발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나는 군 생활이 꼬여서 임관하고 자대에 가자마자 전투지휘검열(ORI)을 준비했고 ORI가 끝나고는 바로 보안감사를 받았다. 이 모든 게 임관하고 6개월 안에 있었던 일이다. 대신 덕분에 6개월 만에 모든 업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소위 때 처장이 너무 갈궈서 단장님을 찾아간 적도 있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단장님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뵙자마자 ‘잠시 시간 좀 되십니까’를 시전했다. 집무실에서 커피를 한 잔 주시면서 ‘무엇 때문에 힘드냐’, ‘○○이가 괴롭히냐’ 웃으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냥 푸념을 들어주시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신 게 전부지만 그것만으로 힘이 됐다. 단장님이 인자하셔서 다행이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흑역사다.
해를 거듭할수록 장교 지원율이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장교로 지원하는 이들에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장교로 생활하다 보면 현타를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장교로 살다 보면 배울 수 있는 점도 분명히 있다. 저마다 장교를 지원한 이유는 다르겠지만 훈련하는 동안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무사히 임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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