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간부) 복무의 장ㆍ단점
우선 한줄 요약 : 간부로 복무하는 것의 물질적면에서의 장점은 거의 없다. 중ㆍ소위, 하사의 월급은 병사와 차이가 없다.
단 장교(또는 부사관)로 복무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많다.
+) 장교 출신 채용이 간혹있다(국민은행, 우리은행).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찌 보면 더 이상 간부로 복무하는 것의 장점이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입대할 시기까지만 해도 장교로 군 복무를 하는 것은 메리트가 있었다. 병사 보다 많은 월급, 일과 후 자유로운 생활, 병사들 보다 신사적인 분위기, 휴대폰 사용 등 여러 물질적인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조건들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2020년도에 들어서 병사들도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졌고, 내가 전역을 앞두고 있었을 때에는 일과 중 휴대폰 소지를 시범 적용하고 있었다. 또한 병사들도 평일 외출이 가능하고 가혹행위와 부조리가 많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병사들의 월급이 초급간부의 월급과 차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굳이 장교(또는 부사관)로 입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오히려 같은 기간 동안 병사가 간부들 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다. 그런데 병사들의 월급이 높아진 것에 비해 간부들의 월급과 책임은 그대로이다. 병역 인구가 감소하면서 많은 간부들의 업무 강도가 올라갔다. 겸직을 하거나 겸직을 하지 않더라도 편제삭감으로 새로운 업무를 할당받는 등 나날이 업무가 늘고 있다. 반면, 병사들의 업무는 감소하고 있다. 공군규정, 부대 예규 상 업무의 책임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병사들에게 함부로 업무를 지시할 수도 없다. 심지어 편제만 남아있는 일부 병사들은 일과가 출근 후 공부, 독서하기이다. 그래서 더 이상 외적으로는 간부로 입대하는 것의 장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낮은 당직 근무비, 툭하면 삭감하는 출장비, 훈련⦁연습 간 나가는 식비 등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 간부의 단점만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나에게 다시 군 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병사로 입대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시 입대해도 장교로 입대할 것이다. 그래도 장교로 생활하면서 배운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라서 다른 사람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뻔한 소리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 글로 넘어가도 좋다.
흔히들 “장교로 복무하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병력을 지휘하면서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라고들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소위 때 소대장을 맡는 육군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군 장교는 대다수가 임관 후 참모직을 맡는다. 지휘할 일보다는 자기 병과 실무를 더 많이 본다. 대급, 중대급 제대의 장을 맡더라도 실제 병력을 관리하는 것은 반장급 준. 부사관분들이다. 사실 공군에서 병력을 관리하는 계급이 되려면 고참 대위나 소령은 되어야 한다. 공군 초급간부가 리더십을 기를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본다 대신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무를 담당하는데, 공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기를 수 있는 것은 전문성과 근성이다. 단, 이 전문성이 전역 후 군(軍) 외에서 적용되는 전문지식은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신임 소위가 자대에 갓 배치받았을 때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업무를 시킬 것 같은가? 전혀 아니다. 특기 학교를 떠나 자대에 배치받는 순간 야생이다. 처장, 과장들은 내가 신임 소위인 것과 상관없이 업무 지시를 한다. 그분들이 내가 신임 소위인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도 자기 코가 석자다. 사령관 또는 단장님이 지시하신 일을 당장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너 특기학교에서 배웠지? 자 이것 좀 해오렴” 이런 식이다. 만약 부서 내에서 같은 특기인 장교가 없다면 맨땅에 헤딩이다. 전임자? 전임자는 이미 전역을 해버렸거나 전역 전 휴가를 나가있어서 인수인계받을 수 없다. 그래서 특기학교에서 배운 게 있지 않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특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기 학교 교육과정은 일선 부대의 실무를 커버하기에는 너무나도 짧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이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배 째는 유형과 어떻게 해서든 머리 굴려가면서 지시한 업무를 일단 마무리하는 유형. 대부분은 후자에 해당한다. 상급부대 담당자나 동급 부대 담당자에게 물어보거나 문서등록대장에서 과거 문서 찾아가면서 어떻게든 일단 모양은 갖춰본다. 처음에는 부서장들의 빨간 삭선을 많이 보겠지만 반년만 지나면 1인분은 하게 된다. 이 경험이 병사들은 겪을 수 없는 장교만의 경험이다. 그리고 이때 일머리가 많이 트인다. 솔직히 이 일 머리라는것도 다른 직장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이긴 하다.
이 반년 동안 가진 태도가 군 생활 끝까지 가고 군(軍) 밖에서도 나를 이끌어 간다. 부대에서 중⦁소위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은 엄청난 전문지식이 아니다. 실무와 관련 있는 공군 규정을 알고 있는지, 상급부대에서 하달한 지침을 알고 있는지의 수준이다. 조금만 발품 팔면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때 어떤 태도로 임하는 냐가 많은 것들을 가르고 이때 몸에 밴 태도가 나중에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꼰대 같은 생각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지금의 내가 있게 해주었고, 앞으로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적응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자산이다.
또 중요한점이 있는데 간혹 장교 출신을 특별전형으로 채용하는 기업이 있다.
'24년 하반기 채용에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장교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별도로 만들어서 신입사원을 뽑았다.
지금 생각 안나는 장점들이 더 있을 수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만 쓰고 다른 글에서 다른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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